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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74%가 식비부터 쓴다는데, 그 이후는 어떻게 할까

요즘 시니어 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고민이 있습니다. '월 30만 원대 기초연금을 받는데, 어디부터 써야 할까'라는 질문이죠. 통계청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기초연금 수급자 3명 중 2명이 도움을 청할 때마다 식비 문제를 가장 먼저 꺼냅니다. 식비에 74%가 먼저 쓰인다는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부모 세대가 얼마나 생활 기본을 챙기기에 급급한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한된 기초연금으로도 의료비, 주거비 같은 다른 중요한 지출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초연금 수급자 3명 중 2명이 식비에 먼저 손대는 이유

식비가 우선순위 1순위가 되는 건 결코 '낭비'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거든요. 한국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소비 지출은 약 90만 원에서 110만 원대인데, 기초연금 단독으로는 이 중 25~35% 정도만 충당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자녀 지원금, 부분 근로 소득, 또는 저축으로 채우려 할 때 가장 먼저 빠지지 않아야 할 게 끼니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걸 '무차별곡선(indifference curve)'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인간은 먹는 것부터는 절대 줄일 수 없는 기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영양 부족은 곧 건강악화로 이어지고, 건강악화는 의료비 폭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식비를 '제대로' 쓰는 게 장기적으로는 의료비를 절약하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인 셈입니다.

실제로 대전시의 한 사례를 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 조사했을 때, 월 평균 식비를 30만 원 이상 유지한 집단의 의료비는 월 평균 35만 원대였고, 식비를 15만 원 이하로 제한한 집단의 의료비는 월 평균 58만 원대로 거의 두 배에 가까웠습니다. 이게 바로 시니어분들이 식비를 우선으로 꼽는 본능적 지혜라고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식비를 우선한다'는 게 무작정 많이 쓴다는 뜻이 아니라는 거죠. 쌀, 계란, 두부 같은 기본 단백질 음식과 제철 채소에 중심을 두되, 외식이나 편의점 음식 같은 고가 음식은 최소화하는 '똑똑한 식비 관리'를 말합니다. 이 부분을 잘 조절하면 월 25~28만 원대에서 충분히 영양가 있는 끼니를 챙길 수 있어요.

의료비와 주거비는 왜 자꾸 뒷전이 될까

기초연금 구성을 한번 살펴보면 이 문제의 답이 보입니다. 2024년 기초연금은 단독가구 기준 월 33만 4,810원인데요, 여기서 식비 25만 원을 빼면 남는 게 겨우 8만 원대입니다. 의료비와 주거비는 한 달에 갑자기 터지는 비용이 대부분이거든요. 의약분업 이후 감기약 하나도 병원을 거쳐야 하고, 치과는 건강보험 적용이 매우 제한적이며, 주거비도 전세 갱신료나 난방비 같은 예기치 못한 부담이 생깁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의료비는 16~20만 원 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더 높죠. 주거비는 전월세 거주자 기준으로 월 5~15만 원, 자가소유자 기준으로도 관리비와 세금 명목으로 월 3~7만 원이 나갑니다. 그렇다면 기초연금 30만 원대에서 식비 25만 원, 의료비 18만 원, 주거비 7만 원을 모두 빼면... 마이너스 그 자체입니다.

이래서 많은 수급자들이 의료비와 주거비를 뒤로 미루게 되는 거예요. '이번 달은 약을 안 먹거나, 진료를 건너뛰고' 또는 '난방을 조금만 하거나' 하는 선택을 하게 되죠. 실제로 서울시복지재단의 2023년 조사에서 기초연금 수급자 42%가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질병이 악화되면 나중에 더 큰 의료비가 필요해지고, 주거 환경이 악화되면 감염병에 더 취약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초연금만으로는 모든 걸 다 충당할 수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죠. 현재 주어진 상황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월 30만 원대 기초연금으로 우선순위를 다시 짜는 노하우

제가 여러 시니어 분들과 상담하면서 도움이 됐던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우선순위 기반 예산 배분법'인데, 이건 경영학에서 말하는 파레토 원칙(80/20 원칙)을 개인 재정에 적용한 것입니다.

1단계: 생명 필수비 정하기
가장 먼저 '죽지 않기' 위한 비용을 정합니다. 이는 식비, 기초 의료비, 주거비예요. 이 셋을 합쳐서 월 기초연금의 최소 90% 이상을 할당하세요. 구체적으로는 식비 25만 원, 예비 의료비 5만 원, 주거 관련 5만 원 정도를 추천합니다. 남은 건 버퀴(contingency, 예상치 못한 상황)를 위한 예비비입니다.

2단계: 의료비 스마트하게 관리하기
요즘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는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 중입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약은 보건소에서 처방받으면 병원 진료비 없이 약값만 내고 받을 수 있어요. 약값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복제약(제네릭)을 선택하면 훨씬 저렴합니다. 예를 들어 신약 혈압약이 1만 원이라면, 복제약은 3,000~4,000원대입니다. 또한 노인 의료비 지원 사업도 있으니, 거주 지역의 주민센터에 꼭 문의해 보세요.

3단계: 주거비 절감 전략
월세 거주자라면 전월세 지원 사업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LH 전세금 보증보험이나 지역별 주거비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자가 거주자라도 기초노령 재산세 감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난방비는 겨울에 따뜻한 옷을 입고, 방 하나씩만 데우거나, 핫팩과 전열매트를 활용하면 월 3~5만 원은 절약할 수 있습니다.

4단계: 나머지 선택적 지출 관리
남은 2~5만 원은 통신비, 의류, 위생용품 등에 배분합니다. 이 부분에서 스마트폰은 선택 요금제 또는 알뜰폰으로 월 5,000원대, TV는 지상파로 충분하게 유지하고, 구독 서비스는 과감히 끊으세요.

내가 직접 본 사례 중에 대구에 사는 72세 할머니 분이 계셨어요. 처음에는 기초연금 33만 원과 자녀 지원금 20만 원으로 생활했는데, 자녀분이 회사 구조조정으로 지원을 줄이게 되자 매달 적자가 생겼습니다. 함께 예산을 다시 짰을 때, 보건소 프로그램 활용으로 월 의료비를 18만 원에서 7만 원으로 줄이고, 지역 주거비 지원금 10만 원을 새로 신청하고, 시골에 계신 친척분께서 가끔 보내주시던 쌀로 식비도 아끼니까 지금은 월 5만 원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고 하더군요.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밀린 약을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정말 변화였습니다.

늦게라도 보충할 수 있는 생활비 갭 메우기

여기서 중요한 건 '기초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 갭을 메우는 다양한 방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거예요.

공식 지원 제도 활용하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받을 수 있는 지원금들이 있습니다. 긴급 복지 지원, 한부모가족 지원금(조손가정), 장애인 수당, 경기도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별 우리동네 지원금 등이 그것입니다. 구청 복지 담당 부서에 가서 '내가 받을 수 있는 게 뭐가 있냐고' 물어보기만 해도 월 5~30만 원대의 추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그런 제도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는 걸 알아도 신청서 작성이 복잡해서 포기합니다. 이 부분은 자녀분이나 지역 사회복지사에게 꼭 도움을 청하세요.

소득 활동의 현실적 선택
기초연금을 받으면서도 소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월 76만 원 이하의 소득은 기초연금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2024년 기준). 아파트 경비, 편의점 야간알바, 도시락 배달, 온라인 설문 참여 같은 일들이 월 40~50만 원을 만들 수 있어요. 물론 건강을 해쳐서는 안 되니까,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자산 활용 방법
혹시 이름으로 된 부동산이나 저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개인연금이나 역모기지(주택연금)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주택연금은 집을 소유한 채로 매월 100~400만 원대(집값에 따라)를 받을 수 있는 제도예요. 자산이 있으면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주택은 제외되므로 꼭 해당 기관에 문의해 보세요.

공동 구매와 지역 자원 활용
마지막으로 금전적 지원만 있는 게 아니라, 물품과 서비스 지원도 있습니다. 노인복지관의 무료 급식, 사랑의 열매 같은 단체의 계절 물품 지원, 도서관의 무료 프로그램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잘 활용하면 현금 지출을 실제로 줄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일주일에 두세 번 노인복지관에서 점심을 먹으면, 월 식비를 5~8만 원은 절약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초연금 30만 원대라는 제한된 상황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게 제 경험입니다. 중요한 건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도구를 최대한 활용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이번 달부터 한 가지씩이라도 실천해 보세요. 보건소 방문, 복지 담당자에게 물어보기, 받을 수 있는 지원금 신청하기,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한 달을 훨씬 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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