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컬렉팅, 철학이 만든다 – 인도네시아 컬렉터 통 탄디오 이야기(후속편)
예술 컬렉팅, 철학이 만든다 – 인도네시아 컬렉터 통 탄디오 이야기
4. 생태계 구축: 지역 미술을 키우는 플랫폼 전략
통 탄디오의 컬렉팅 철학은 단지 개인적인 미감이나 취향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 예술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적 플랫폼 구축자로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바자르 아트 자카르타(Bazaar Art Jakarta)’와 ‘인도아트나우(IndoArtNow)’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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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zaar Art Jakarta는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국내외 갤러리와 컬렉터, 신진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술적 흐름을 교류하는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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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oArtNow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동남아시아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기록하고 소개하는 온라인 아카이브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두 플랫폼의 핵심은 지역 예술가들의 자생력 강화입니다. 통 탄디오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는 신진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컬렉터 및 큐레이터와의 연결점을 만들어줍니다. 이는 그가 단지 수집가로서가 아니라, 문화 중개자이자 창작 생태계의 촉진자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이러한 플랫폼 전략은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미술의 독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합니다. 컬렉팅이라는 행위를 통해 ‘선택’한 작품들이, 다시 다른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전체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순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죠.
통 탄디오의 활동은 단순한 미술 애호가의 범주를 넘어섭니다. 그는 컬렉터로서 ‘무엇을 갖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를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동남아시아 예술 시장을 단순한 ‘변방’에서, 주체적인 문화 발신지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5. 통찰: 오늘날 우리가 수집해야 할 것은?
통 탄디오의 철학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질문이 돌아옵니다. “나는 무엇을, 왜 수집하는가?” 예술 작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수집’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삶의 태도를 드러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유의 양’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맥락입니다.
통 탄디오는 수집을 통해 한 시대의 문화를 보존하고, 앞으로의 예술적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의 컬렉션은 단순한 미술품의 집합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과 사회를 읽는 하나의 기록이자 선언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에게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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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가치를 가진 것을 수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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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택이 예술, 사회, 문화에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가?
우리가 수집해야 할 것은 더 이상 트렌드나 가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질문을 던지게 하는 대상’,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그리고 ‘다른 이의 시선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예술 작품이 되었든, 책이 되었든, 심지어 경험이 되었든 — 그 수집은 곧 나 자신을 만드는 과정이 됩니다. 통 탄디오의 사례는, 우리가 수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얼마든지 더 깊은 성찰과 연대, 그리고 창조적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했는가’라는 점입니다. 오늘날의 수집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철학과 시대를 담는 선택입니다.
6. 철학 있는 컬렉터가 예술의 미래를 만든다
예술 시장은 점점 더 글로벌화되고, 자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단순히 지갑을 여는 이들이 아닙니다. 철학으로 움직이는 컬렉터, 그들이야말로 예술의 흐름을 바꾸고 미래를 여는 주체입니다.
통 탄디오는 말합니다. “부자는 많지만, 모두가 컬렉터는 아니다.” 이 말은 단순한 경계가 아닌 선언입니다. 예술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작가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야말로 컬렉터의 자격이 있다는 뜻이죠. 그리고 그 역할은 이제 특별한 몇 사람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예술을 보고, 공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떤 관점으로 예술을 대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수집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사회와 예술을 연결하는 행동이며, 시대정신을 담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통 탄디오의 행보는 그저 예술을 모은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철학이 어떻게 시장을 넘어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의 방식은 예술을 수집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우리에게도 또 다른 방향성을 일러줍니다.
철학 있는 컬렉터가 많아질수록, 예술은 더 건강하게 자라고, 더 많은 이야기를 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이 순간, 우리 각자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무엇을, 왜 수집하는가?”
통 탄디오의 활동 지역(자카르타), 직함(컬렉터, 큐레이터, 아트페어 디렉터), 역할을 수행하며 그는 단순한 수집가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