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는 무엇을 모으는가 – 아시아 예술 설계자 10인의 철학과 실천 EP.1 – 미원 권(Miwon Kwon)
🎨 컬렉터는 무엇을 모으는가 – 아시아 예술 설계자 10인의 철학과 실천
EP.1 – 미원 권(Miwon Kwon)
“예술은 장소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내가 모으는 것은,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시간과 관계, 그리고 기억이다.”
🔹 1. 인물 소개: 미국에서 태어난 장소의 큐레이터
미원 권은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 그리고 비평가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해왔으며, UCLA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컬렉터’는 아니지만, 그녀가 수집하는 것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녀는 작품 자체보다도, 그 작품이 ‘놓이는 장소’, 작가와 관객 사이의 관계, 공공성과 사회적 맥락을 탐구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그녀는 이번 시리즈에서 ‘10인의 예술 설계자’ 중 첫 번째로 소개된다.
1997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의 전시 기획자로서 경력을 시작한 그녀는 이후 이론과 실천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그녀가 집중해온 키워드는 바로 “Site Specificity(장소 특수성)”. 이 개념은 단순한 지리적 위치를 뜻하지 않는다. 미원 권에게 ‘장소’는 기억, 권력, 역사, 감정이 축적된 살아 있는 서사다.
“예술은 공기 중에 뜰 수 없다. 그것은 언제나 무언가에 ‘위치’해 있으며, 그 위치야말로 예술의 해석에 가장 강력한 힘을 준다.”
그녀가 수집하는 것은 바로 그 ‘위치의 감각’이다.
🔹 2. 주요 철학: “Site Specificity는 예술의 기억을 설계한다”
2002년, 미원 권은 현대 예술 이론의 대표 저작 중 하나인
《One Place After Another: Site-Specific Art and Locational Identity》를
발표한다.
이 책은 장소 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의 개념을 확장시키며, 예술이 단순한
‘작품’이 아닌,
사회적 구조와 권력, 기억의 산물임을 설파했다.
그녀는 전통적인 갤러리 시스템에 의문을 던졌다. 작품은 고정된 벽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다른 맥락에 따라 변화하고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술은 공간 안에 들어오는 순간, 그 공간의 정치성과 사회성을 모두 뒤집어쓴다. 수집은 그래서 권력 행위다.”
그녀는 '수집'을 단지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수집은 기억을 구성하는 구조이며, 사회적 맥락을 복제하거나 위반하는 기획 행위라고 본다.
그녀의 철학에서 컬렉팅은 더 이상 조용히 보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장소를 통해 ‘말하게 하는’ 설계이고, 특정한 기억을 어떤 시공간에 배치하는 행위다.
🔹 3. 실천 사례: “공공성과 장소, 기억의 배치 전략”
미원 권은 전시기획자, 이론가, 교수로서 활동해왔지만, 그 어떤 활동도 ‘예술의 사회적 위치’를 묻는 문제의식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2002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의 전시 《The American Effect》에 큐레이터로 참여할 당시, 그녀는 미국적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권에서 미국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다룬 전시를 기획했다. 이때에도 그녀는 전시 공간 자체를 서사적 플랫폼으로 다뤘다.
이후 UCLA에 부임한 뒤, 그녀는 교육의 장에서도 '비소유적 예술'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녀의 학생들은 단지 작품을 만들기보다,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놓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대표적인 실천 사례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와 관련된 비평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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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 권은 공공 예술이 단지 거리의 장식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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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커뮤니티와의 상호작용, 정치적 메시지, 장소성과 과거의 기억을 모두 포함한
‘사회적 장소 설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어떤 미술관에도 고정된 컬렉션을 갖지 않는다.
그 대신,
장소에 기반한 담론과 기억을 ‘기록’하고, ‘설계’하는 방식으로 예술과
접속한다.
이러한 철학은 미술관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 ‘예술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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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무리 통찰: “작품이 아니라 구조를 수집하는 사람”
미원 권은 전통적 의미의 컬렉터는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구축한 예술의 해석 구조, 장소성과 기억을 중심으로 한 수집 철학은, 지금의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수집은
기억을 붙잡는 방식,
사회적 권력의 재배치,
그리고
장소와 감정의 연결고리다.
예술을 이해하려면, 그 작품이 어디에, 누구 앞에, 어떤 이야기 안에 위치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미원 권은 그 질문을
이론이 아니라 실천으로 풀어낸다.
그녀는 작품을 벽에 거는 대신,
사회적 맥락 속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수집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오늘날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