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는 무엇을 모으는가 – 아시아 예술 설계자 10인의 철학과 실천 EP.4

🎨 컬렉터는 무엇을 모으는가 – 아시아 예술 설계자 10인의 철학과 실천

예술 수집의 목적과 방식이 변하고 있다. 이들은 단지 모으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 그리고 문화를 ‘설계’하고 있었다

EP.4 – 리차드 코(Richard Koh)

“나는 작품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예술가와의 대화를 수집할 뿐이다.” 

EP.4 – 리차드 코(Richard Koh)

🔹 1. 인물 소개: 동남아 미술 시장의 다리를 놓는 갤러리스트

리차드 코는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싱가포르와 방콕을 오가며 활동하는 갤러리스트이자 컬렉터, 큐레이터다.
그는 아시아 현대미술, 특히 동남아시아 작가들을 국제 무대에 소개해온 인물로,
‘Richard Koh Fine Art(RKFA)’라는 갤러리 브랜드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의 갤러리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아카이빙 공간이자, 작가의 성장 무대이며, 아시아 미술이 글로벌 미술 시장과 대화하는 중간 지점이다.

“내가 진짜로 수집하는 것은, 작가들과 오랜 시간에 걸쳐 나누는 대화들이다.”

그는 작품을 사서 보관하는 컬렉터가 아니다.
대신 그는 작가의 가능성과 비전을 먼저 알아보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갤러리’라는 형식으로 제공한다.


🔹 2. 주요 철학: “소유가 아니라, 대화다”

리차드 코의 컬렉팅 철학은 명확하다.
예술은 ‘소유하는 대상’이 아니라, 교류와 신뢰 속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컬렉터라기보다는, **문화적 중개자(cultural mediator)**에 가깝다.

“좋은 작품은 결국 좋은 대화에서 나온다. 작가와의 긴 대화, 시장과의 끊임없는 교섭, 그리고 시대와의 공명. 나는 그것을 수집한다.”

그는 오히려 ‘갤러리스트’라는 직책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의 목표는 전시를 팔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작가의 작업이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다리를 놓는 것이다.
그 다리는 때론 서구의 갤러리, 때론 해외의 페어, 때론 단순한 미술관 방문자일 수도 있다.

그는 또한, 예술작품이 단지 ‘결과물’이 아닌,
작가의 실험, 실패, 고뇌, 문화적 문맥의 일부라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으려 한다.


🔹 3. 실천 사례: RKFA – 예술 생태계의 신뢰 네트워크

리차드 코가 설립한 Richard Koh Fine Art는 2005년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싱가포르, 방콕 등으로 확장되어 동남아 현대미술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이름 없는 신진 작가에게도 꾸준히 전시 기회를 제공하며,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균형을 가장 정교하게 설계하는 큐레이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RKFA는 단순한 전시장 이상의 기능을 한다.

  • 작가와 컬렉터를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신뢰 시스템,

  • 아카이브 중심의 기획 전시,

  • 미술사적 맥락과 상업적 가치 사이에서의 절묘한 기획 전략

그는 아시아 내에서 서구 미술 시장의 기대에 맞추기보다는,
지역 문맥과 작가의 개별 언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는 작가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장기적으로 수용하는 컬렉션 구조를 제안한다는 것.
이는 일회성 수집이나 단기적 판매가 아닌, 예술가의 세계를 함께 설계해가는 컬렉터의 자세다.


🔹 4. 마무리 통찰: 예술의 언어를 연결하는 번역가

리차드 코는 갤러리의 벽을 넘어, 예술의 생태계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의 진짜 컬렉션은 작가와 나눈 수많은 대화, 함께 기획한 전시, 그리고 연결된 관객의 경험 속에 있다.

그는 시장 논리에 휘둘리지 않되, 시장을 활용할 줄 안다.
그는 전통을 고수하지 않되, 지역성과 맥락을 존중한다.
그는 예술을 소비하지 않고, 그것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키운다.

오늘날 예술은 고립된 창작물이 아니다.
그것은 구조와 관계, 플랫폼과 언어 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리차드 코는 바로 그 언어를 통역하는 사람이다.

다음 편에서는, 플랫폼의 힘을 통해 동남아 예술을 국제무대로 확장하는 설계자들,
싱가포르의 컬렉터 듀오 린다 네오 & 알버트 림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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